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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똘똘뭉친 소비자들, 기업 시스템으로 감당할 수 있겠나?
완벽한시스템은 이젠 없다----고치고 또 고쳐자
■ 책 `초연결 기업`의 저자…데이브 그레이 다치스그룹 전략담당 임원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으로 등극하면서 승승장구하던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라는 엄청난 암초에 부딪쳤다. 2010년 미국 시장 내 도요타 점유율은 2.5%포인트나 급감했고, 잘나가던 거대 공룡은 비틀댔다. 초반 리콜 사태에 미적지근한 태도로 대응하다 된서리를 맞은 도요타는 무려 1200만대에 이르는 리콜을 단행하고 나서야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도요타가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불과 2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시스템경영` `품질경영` 신화는 어떻게 위기를 맞았고,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었을까. 도요타가 겪은 대규모 리콜 사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사후 해결 방안은 경영계에 영원한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다. 작게 보였던 실수 하나가 `완벽함`으로 유명했던 기업을 쓰러뜨렸으며 제대로 된 사후 처방이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도 도요타가 예전 명성을 성공적으로 되찾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게임스토밍(Gamestorming)`과 `초연결 기업(Connected Company)` 등 유수 경영서적을 집필한 데이브 그레이 다치스그룹 전략담당 임원은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바로 저서 제목과 같은 `초연결 기업`이라고 말했다. 지나치리만큼 완벽해 보였지만 경직되기도 했던 JIT(Just In Timeㆍ적기 생산 방식)로 대변됐던 도요타 시스템이 역설적이게도 도요타를 무너뜨린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 도요타를 다시 살린 것은 완벽한 하나의 시스템이 아닌 수많은 팟(Pod), 즉 세분된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스스로 학습하고 고쳐나가며 성장하는 `초연결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었다고 데이브 그레이는 분석했다.그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시스템화`를 꿈꾸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앞으로 기업은 마치 도시처럼 서로 다른 수많은 조직, 즉 팟(Pod)들이 변화에 대응하며 학습해 나가고 매일 변화하는 초연결 기업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연결 기업을 정의한다면.
▶오늘날까지도 많은 기업이 여러 계층과 기능에 따라 업무를 분리하는 사업부식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기업을 기계와 같이 보는 것이다. 기계는 여러 부품이 합쳐진 것이며, 이 부품이 완벽하면 기계의 완벽성도 어느 정도 유지되며, 조작하는 사람에 의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초연결 기업`은 마치 도시와 같은 유기적인 복합체다. 한 군데가 고장 나도 기계처럼 멈추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회복력을 갖고 고쳐나간다. 관리자는 있지만, 한 명의 `통제자`는 없다. 수많은 서로 다른 조직이 있고, 이 조직들은 각각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리더의 리더십하에 움직이며, 다른 조직들과 소통하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한다.
-과거 시스템화와 자동화를 추구하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안정적인 상황에서나 `완벽하게` 구동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과거 소비자들은 전 세계 구석구석에 그저 숨어 있었고, 그중 목소리 큰 한두 명만 자기 주장을 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수천, 수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모두 각각 하나씩 확성기를 들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필요 시에는 언제라도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로 연결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 당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그 시스템을 무너뜨리려 할지 모르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초연결 기업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도요타 사례는 과거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했다.
▶도요타엔 빠른 속도와 이에 따른 효율성이 있었다. 이는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대, 소비자들이 나서는 시대에선 유연성과 탄력성도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도요타엔 그 부분이 부족했다. 특히 도요타가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의 뿌리는 일본에 있었으며, 일본 시장과 일본 소비자에 맞춰져 있었다. 더 큰 미국 시장에서는 제대로 대응이 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도요타는 이후 일본이라는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차원에서 품질을 관리하는 조직을 여러 개 만들었으며, 부품업체나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을 강화해 `초연결 기업`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도요타가 엄청난 위기를 극복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다.-초연결 기업으로 가는 방안으로 모든 기업은 `제품회사`가 아닌 `서비스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서비스기업이라고 하면 그 개념이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동차나 컴퓨터 회사도 서비스회사로 변신해야 한다. 물론 제품을 생산하겠지만, 이 제품은 결국 서비스를 위한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이 `제품 기업`으로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 기업의 핵심이고, 기타 부가서비스나 애프터서비스(AS)는 비용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하기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품을 도구로 사용한다. 세탁기는 `옷 세탁`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기일 뿐이고, 복사기는 `복사`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하인이다. 이렇게 마인드를 전환하면 고객이 제기하는 각종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기업이 집중해야 할 핵심역량 중 하나로 생각하게 된다. `귀찮은 비용`이 아닌 것이다. 기업은 이런 고객 요구를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할 계기로 삼는다.
-제품기업에서 서비스기업으로 전환한 좋은 사례가 있나.
▶IBM이 대표적이다. IBM 사명은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약자며, `글로벌 비즈니스 기계`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과거 전형적인 기업 모습이다. 그러나 IBM은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팔 때도 `제품`을 판매하듯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잡지를 구독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관리하고, 이번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다음에 업그레이드해 제공한다.
-이런 변화를 위해 기업은 어떤 조직적 변화를 감내해야 하는가. 기업을 `팟(Pod)`과 같이 잘개 쪼개라는 말도 했는데.
▶초연결 기업의 반대인 `분절된 기업`은 효율성 극대화가 조직 구성의 핵심이다. CEO나 경영진이 구성원들에게 달성해야 할 어떤 큰 목표를 주고는 이를 다시 몇 개 하위 목표로 나눈다. 이처럼 나뉜 목표에 따라 조직이 구성된다. 조직은 비대해지지만, 서로 다른 차별적인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동상이몽`이 되고,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복잡해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초연결 기업은 `하위 목표`나 `하위 조직`이라는 것이 없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자체적으로 자신들 집단을 잘개 쪼갠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 세일즈팀 등 노동 성격으로 조직을 나누는 `윗사람 편한` 방식이 아니라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집단들은 불확실성에도 큰 조직보다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 역시 빠르다. 집단 구성원들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잘 소통한다.
-초연결 기업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고객의 힘이 기존보다 훨씬 더 커진 데 있다. 그래서 고객 피드백을 잘 받아 이를 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고객이 기업에 모든 것을 일일이 말해주진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아는 것은 소비자가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가 무엇을 원할지를 아는 것은 기업 몫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숨겨진 `니즈(Needs)`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은 현재 상상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미래에 원하게 될 기술이나 트렌드를 개발하는 것이 혁신이며 기업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선 결국 다시 고객으로 돌아가야 한다. 끊임없이 고객을 만나고,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를 기업의 비전이나 창조력 트렌드 기술과 연결해야 한다. 소비자 콜센터에 걸려오는 고객의 소리 하나하나가 `귀찮은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산`인 이유다.
-CEO라면 초연결 기업으로 가기 위해 직원들에게 어떤 자세를 주문해야 하나.
▶`나는 충분히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라. 기업가 정신 고취, 리스크 감내는 CEO나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주문해야 하는 것인 동시에 본인들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스타트업(Start-up) 기업을 자주 만나게 하라. 이들과 미팅하는 것이 당장 특정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장려하라. 그리고 이를 시장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라. 설사 그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다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 He is…
데이브 그레이는 `게임스토밍`과 `초연결기업` 등 베스트셀러를 쓴 경영구루다.다치스그룹 전략담당 임원을 맡고 있으며, 스스로 정보 기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인 엑스플레인(Xplane)을 창업하기도 했다. 다수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성공적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업무를 향상시키는 창의력, 혁신, 시각적 사고에 대해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
[박인혜 기자][매일경제신문] -